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만능해결사 못돼
사회양극화·인간소외 문제에 대비해야
다보스라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가 돼버렸다. ICT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모바일·로봇·드론이 세상의 모든 것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주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위력은 빅데이터와 딥러닝으로 무장한 '알파고' 덕분에 확실하게 확인했고, 모바일의 위력도 충분히 경험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청사진보다 현재의 교육이 무용지물이 되고,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위협적인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기계화(1784)와 대량생산(1870)의 직접적인 영향은 생산현장에 한정된 것이었다. 물론 그런 변화만으로도 인류 문명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농경과 목축에 의존하던 인류가 대도시로 몰려들었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전대미문의 구호도 등장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선진국도 등장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식민지의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류는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안전하고, 풍요롭고, 민주화 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1969년에 정보화를 기반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직접 소비자의 품을 파고들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일상화 되었고, 휴대폰과 SNS가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사회적 소통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거대한 규모의 닷컴 기업이 등장했다. 개방·혁신·효율로 상징되는 SNS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지구촌이 하나라는 세계화·시장경제·자유무역의 거센 열풍도 시작되었다. 비록 대중문화에 한정된 것이지만 뜨거운 한류의 열풍도 정보화의 산물이다.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훨씬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변화는 이미 '인더스트리 4.0'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산기기와 제품을 IoT로 연결함으로써 제조 과정 전체를 자동화·최적화한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가 목표다. 단순한 노동력보다 창의적인 기술개발과 혁신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이제 값싼 노동력 기반의 경쟁력을 고집하는 사회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인더스트리 4.0의 구현에 성공하는 사회가 미래의 선진국이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구조의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적지 않게 변화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다양한 로봇과 드론의 출현은 기정사실이다. 고령화 사회에 큰 역할을 할 휴머노이드도 속속 개발되고 있고, 원격으로 조정하는 가전제품으로 채워진 스마트 홈도 실현단계에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스마트 고속도로의 혼잡과 정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확인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제는 인간이 로봇과 대화를 해야 하고,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계들이 서로 대화하는 놀라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만들어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는 당연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의 삶이 모험적이고 신선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로운 세상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4차 산업혁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 가져다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으로도 빈부의 격차와 지역·세대·인종·종교·이념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인조인간과 빅데이터가 사회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인더스트리 4.0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인간 소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기적같은 창조적 기술을 개발하고 즐기는 창의적 인재가 될 수는 없다. 평범한 사람들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출처: 디지털 타임스